올해 노벨평화상은 후보에 역대 두 번째로 많은 343명(팀)이 이름을 올린 가운데, 로이터 통신과 타임지 등 주요 외신이 앞다퉈 수상자 예측에 나섰다.
인류 평화에 기여한 인물에게 수여하는노벨평화상은 노벨상의 6개 부문 중 유일하게 노르웨이 의회가 선출한 5명의 위원회에서 수상자를 선정한다. 올해 노벨평화상이 한국 시각 7일 오후 6시에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발표된다. 시상식은 알프레드 노벨의 기일인 12월 10일 오슬로에서 열린다.
올해 노벨평화상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상기후 영향으로 독재정권의 폭압에 맞서거나 환경 문제에 목소리를 낸 인물이 가능성이 커 보인다. 하지만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언론의 예상과 전혀 다른 인물을 선정한 경우도 적지 않았다.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 중 단연 화제가 된 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다. 지난 3월 유럽 각국의 전‧현직 의원 등 수십 명은 노벨위원회에 젤렌스키 대통령과 우크라이나 국민을 노벨평화상 후보에 올려 달라고 요청했다. 국가수반이나 장관·국회의원은 직접 후보를 추천할 수 있지만, 올해 마감시한이 전쟁 전인 지난 1월 31일이었기 때문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국민 통합의 구심점으로 떠올랐다. 또 226일 간 전쟁을 진두지휘하며, 국제법을 무시한 러시아의 침략을 전 세계에 고발했다. 그는 전쟁 발발 당시 “숨지 않을 것이고, 두렵지 않다. 키이우에 남겠다”고 한 이후 지금도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마이클 루빈 미국기업연구소(AEI) 선임연구원은 “전쟁을 지휘하고 있는 젤렌스키 대통령에 노벨평화상을 수여한다는 것이 모순일 수도 있지만, 전쟁은 그가 선택한 것이 아니다”라며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 대항하는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 세계 다른 독재자들에 메시지를 던졌다. 과거 수상자들만큼이나 세계 평화에 기여했다”고도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경우 우크라이나 전쟁이 계속 진행 중이라는 점이 수상의 가장 큰 걸림돌이다. 이와 관련해 댄 스미스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장은 “노벨평화상은 분쟁을 종식한 인물에 수여해왔다는 점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이 수상할 가능성은 적다”고 지적했다.
투옥 중인 러시아 야권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도 수상을 점치는 이들도 있다. 나발니는 지난 2011년부터 푸틴 대통령과 러시아 고위 공직자의 부패를 감시하는 단체를 세워 활동해왔다. 하지만, 2020년 모스크바로 향하던 중 신경작용제 노비촉에 노출돼 의식불명에 빠지기도. 독일에서 치료받은 그는 5개월 후 다시 러시아로 입국한 뒤 체포됐다.
나발니는 감옥에서도 옥중 인터뷰를 통해 여전히 푸틴 대통령에 저항 운동을 하고 있음. 다만, 피부색이 다른 코카서스 지역 출신 사람들을 “바퀴벌레”에 비유하는 발언을 한 점 등이 걸림돌이라고 타임지는 지적했다. 벨라루스의 독재자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에 맞선 야권 지도자 스베틀라나 티하놉스카야도 후보 중 한명으로 거론된다.
올해 노벨평화상이 그레타 툰베리나 데이비드 아텐버러 등 환경 보호자에게 돌아갈 것이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올 한해 지구촌 곳곳에서 기후변화라는 실존적 위협으로 부상한 만큼 노벨위원회가 상징적인 의미를 고려해 수상자를 결정할 수 있다는 것.
스웨덴의 환경운동가 툰베리는 2019년 이후 꾸준히 노벨평화상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그는 16세였던 2019년 유엔총회 기후행동 정상회의에 초청돼 세계 정상을 향해 “생태계 전체가 무너지고 있는데 어른들은 돈과 경제성장에 관해서만 이야기한다.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고 일갈하기도 했다. 툰베리는 그해 타임지가 선정하는 ‘올해의 인물’에 선정됐다.
지난해 2월 쿠데타 후 수천 명을 학살한 미얀마 군부에 대항해 민주 진영 임시정부를 꾸린 국민통합정부(NUG)와 중국 정부의 신장위구르 정책을 비판해온 위구르족 경제학자 일함 토티 전 중앙민족대 교수 등도 후보군에 올라있다고 타임지는 전했다. 오슬로 국제평화연구소는 홍콩 민주화 운동을 이끈 활동가 아그네스 초우와 네이선 로 등도 수상 가능성도 제기했다.
유엔난민기구(UNHCR)‧유엔아동기금(유니세프·UNICEF)‧세계보건기구(WHO)‧국제원자력기구(IAEA) 등 세계에서 발생한 다양한 문제의 해결을 위해 힘쓴 국제기구도 수상 후보로 언급된다.
노벨평화상 수상자는 ‘18K’ 금메달과 함께 1000만 크로나(약 12억8000만원)의 상금을 받는다. 공동 수상의 경우 메달은 따로 받지만, 상금은 나눠 갖는다.